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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랑...(퍼온글 충현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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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61.♡.33.17) 작성일02-02-09 13:15 조회4,9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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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이들, 그리고 발바닥이 차가울새라 신나게 뛰어 다니는 강아지.
무심코 문 밖으로 내리는 흰눈을 보고 있자니, 조금 쓸쓸했다.
그때, 입원실 안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삐삐였다.

'아, 네가 있었지? 조금전까지도 가만 있던 삐삐가 컹컹 짖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수술후 게속 엎드려만 있던 삐삐가 처음으로 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러더니 생전 처음 듣는 소리를 낸다.
'우우우∼' 구슬피 울기라도 하듯…

할머니 생각이 났다.
오늘, 꼭 한번 병원에 들르시라고 했건만 저녁 늦은 시간이 다 된 지금까지 오시지 않는다.
혹시라도 내가 없는 사이 왔다 가신 건 아닐까 해서 다른 수의사들에게 물어봤지만, 할머니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허전한 기분이 드는걸까?
오기로 한 고객이 보이지 않으면 괜스레 마음 쓰이는 날이 있다.

삐삐는 수술한지 4일째였다.
병명은 이물성 장폐색. 경과를 두고 봐야겠기에 노인네 번거로운 걸음 안하시도록 3일재 되는 오늘 와서 보시라고 했는데, 혹시 잊으신 건 아닌지…
눈발이 굵어지자, 한길에서 굽은 허리에 종종 걸음을 치고 계시지는 않을까 자뭇 걱정이 됐다.

가뜩이나 몸도 불편하신데 넘어지기라도 하시면 큰일이다 싶어 전화라도 걸까 생각했지만, 할머니댁엔 전화가 없었다.

\"야가 밥을 통 못 먹어. 내 밥까지 다 쳐먹던 놈이 왠일인가 몰러∼\"

삐삐는 담요에 푹 싸여 병원엘 왔다.
두터운 아기 담요에 꽁꽁 말아서는 숨이 턱까지 차올라 무척 힘들어 하셨던 할머니.

\"언제부터 밥을 안 먹어요? 다른 증상은 없구요?\"
\"한 사나흘 됐나? 보연 알잖여, 계속 웩웩 거리면서 바들바들 떤다니께! 몸살인가벼, 자꾸 담요 들추지 말어∼\"

할머니는 진찰하기 위해 담요를 벗겨내는 내 손을 뿌리치시며 감기 걸린 갓난아기한테 찬바람이라도 들어 갈까 염려하듯 연신 담요를 덮어 주셨다.
하지만, 문제는 삐삐가 덜덜 떠는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내는 삐삐는 감기 증상도 있긴 했지만 속병이 깊이 든 것 같았다.
할머니는 특별히 먹은것도 없는데 왜 아픈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고 계셨다.

X-ray를 찍어야 정확한 소견이 나올 것 같았다.
촬영결과를 보니 십이지장 하단 부위에 뼈같은 이물질이 확인되었다.
분명, 무언가를 잘못 먹어 막힌게 틀림없었다.
뭐 이상한 걸 먹이지 않았냐고 할머니께 여쭤보니 무심코 하신 한마디에서 바로 답이 나왔다.
그건 닭뼈였다.

마을 경로당에서 노인 잔치를 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신 할머니, 그러나, 할머니가 거기에 간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혼자 지내시면서 한끼조차 넉넉하게 드시기가 어려웠던 할머니는 평소 자식처럼 예뻐했던 삐삐에게 고기 한점 주지 못하는 것이 늘 안타까웠던 것이다.
혹시라도 남은 음식이 있으면 싸올까해서 다니지도 않던 경로당을 가신 거였다.

\"간장에 비빈 밥만 먹고 컸으니, 이놈이 요 모양 요 꼴로 삐쩍 골았제.
다 나같이 없는 주인 만나 그런거여∼ 에그…불쌍한 놈. 내 미안하다. 고칠수는 있는게지?\"

애처로운 눈길로 삐삐를 대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나는 그때의 상황을 짐작할수 있었다.
당신 배 추스릴 틈도 없이 남은 닭고기 한 대접을 모아 오셨을 할머니.
삐삐는 분명 허겁지겁 닭고리를 먹었을 것이고, 날카로운 닭뼈 조각이 위장 장애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수술을 해야 했다.
그런데 수술비용을 듣자마자 할머니는 기겁을 하는 눈치셨다.
그제서야 나는 헐머니의 처지를 잊고 있었음을 알았다.

할머니는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하셨는지 구부러진 허리는 펴질줄을 몰랐으며,
거동이 몹시 불편해 보였다. 여든이 다 외어가는 할머니가
방 한 칸에서 혼자 지내신다는 생각을 하니, 몹시 속이 상했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자식들 얘기를 묻자 다들 잘 됐다며 같이 살자고 하는데도
당신이 고집을 부려 혼자 살기를 자청했노라고 무슨 자랑하듯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조금만 부쳐달라고 해도 자식 셋이 번갈아가며 분에 겨운 돈을 보내 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오늘 당장 수술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내가 수술비 걱정은 하시지 말고 조심해서 가시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라면 안되지…원장님은 무슨 땅 파서 장사 한단가?
내가 돈 갖고 내일 아침 일찍 올테니께 우리 삐삐 잘 좀 돌봐주구려\"

아침 일찍 오시겠다던 할머니가 수술비를 들고 나타난 것은 다음날 저녁 늦게였다.
할머니는 바지춤 깊숙한 곳에서 돈을 꺼내셨다.
주머니 같은 곳에서 꽁꽁 묶었던 것을 펼치자 꼬깃꼬깃한 지폐가 굴러나왔다.
그런데 그것은 수술비의 반값도 안 되는 돈이었다.

\"나같은 알부자가 이리 망신 당해 보기는 또 첨이네.
내 깜박 졸다가 그만 은행문 닫는 시간을 놓쳐 버렸구만.
이거라도…일단 수술은 해줄수 있것제?\"

어찌 됐건 수술은 해야했다.
어느 정도 장폐색이 진행됐는지 다시 한번 판별한 후, 수술에 들어갔다.
할머니는 두 손을 꼭 쥐고 두 눈을 질끈 감고 계셨다.
삐삐의 건강상태가 좋지않아 수술하는게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삐삐는 탈진해 있었다.
마취가 풀리자, 신음소리른 내는 삐삐가 안쓰러웠는지 할머니는 계속해서 통증을 덜어 줄 방법은 없냐고 물으셨다.
하지만, 경과를 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나는 할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서둘러 삐삐에게 링겔을 꽂았고, 할머니를 간신히 돌려보냈다.
할머니가 곁에서 걱정하시면 삐삐가 더 많이 아파할거라면서…

그런데, 그렇게 걱정하시던 할머니가 안 오신 것이다.
이제, 삐삐는 컹컹 짖을수도 있고 사람도 잘 알아보는데 기다리는 할머니는 소식이 없다.
다음날.
따르릉∼\"여보세요? 삐삐라는 개가 거기에 있나요?\"
남자 목소리였다. 삐삐를 찾는 목소리가 할머니가 아닌게 이상해서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힘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기가 삐삐를 데리러 갈 테니 병원 위치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이윽고, 40대 남자 한 분이 병원으로 들어섰다.
수술이 잘되서 개를 데려가도 좋은데 할머니는 왜 같이 안오셨냐고 하자
갑자기 통곡이 터져 나왔다.
한참을 엉엉 울고 나서도 그분을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신히 몇마디를 했다.

\"어머니가…어머니가…오늘 새벽에 그만…\"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할머니 머리카락 같은 하얀 눈이…삐삐는 그 소리를 알아듣기라도 하듯 남자분이 들어선 후 처음으로 길게 '우우우∼'하고 울었다.

그랬었구나. 그래서 못 오신 거였구나.
혼자 남은 삐삐가 몹시 가엾게 느껴졌다.
할머니의 아들은 할머니가 돌아가신게 모두 자기 탓이라며 죄책감에 싸여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들 삼형제 중 그 누구도 일흔에 혼자되신 어머니를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장남이 모셨지만 차츰 가세가 기울어 둘째, 셋째 아들네로 거처를 옮겨 다니시게 했고, 몇 년 전부터는 막내인 자신이 모시다가
겨우 방 한 칸 따로 얻어 나가 사시게 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받는 수모를 견디다 못해 화병까지 얻으셨다고 했다.
그래도 병든 어머니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무심히 객지에서 돌아가시고 보니 땅을 치며 한탄을 할 밖에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떠난 망자를 붙잡고 아무리 통곡을 하고 사죄를 해도 용서 받을 길이 없다며 할머니의 아들은 나에게 이른 얘기를 들려줬다.

할아버지가 개를 싫아하는 분이라 젊어서는 엄두도 못내다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후, 강아지 한 마리 키워 보는게 소원이었다며
어느 날 개를 데리고 오셨단다. 아들네 오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셨지만, 손자들에게 물어서 좋은 이름을 짓는다고 어려운 걸음을 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손주들이 개한테 장난을 치고 괴롭히자 온순하던 할머니는 버럭 화를 내시며 30분도 안되어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렇게 삐삐를 끔찍이 아끼셨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아들은 그런 할머니가 마을을 이제야 헤아리겠다는 듯 통장 하나를 꺼냈다.
통장에 적힌 숯자는 '0'이었다. 마지막으로 출금한 날짜가 바로 3일전. 그것도 '육만 팔천 칠백 팔십 원'이 전부였다.
할머니는 그 돈 전부를 삐삐를 위해 꺼내신 것이었다.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 준 개 한 마리에게 베푼 할머니의 온정.
그것은 할머니가 마지막 사랑이었다.
삐삐가 수술할 정도로 아픈 사실을 알고 난 할머니는 상심이 무척 크셨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날부터 할머니도 시름시름 앓으셨던 것 같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통장을 쥐고 흐느끼는 할머니 아들을 뒤로, 내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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