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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프란다스의 개(퍼온글=충현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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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61.♡.33.17) 작성일02-02-09 11:46 조회5,273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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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약국에 들러 피로 회복제를 사게 되면 알약 한 알과 함께 반드시 손에 쥐어지는 게 있다. 작고 불투명한 병에 담긴 드링크제. 나는 그것을 볼 때마다 어떤 할아버지가 떠올라 빙그레 미소를 짓곤 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반백이 다 된 키 작은 노인이셨는데, 주름살 너머로 깐깐해 보이는 얼굴에서 당당함이 느껴지는 분이셨다.

 할아버지를 처음 뵌 것은 출근길. 그날 따라 안경을 병원에 두고 와서 먼 곳에 무엇이 있다는 정도로만 희미하게 보였다. 가까이 가 보니 병원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셰퍼드 한 마리를 어르고 달래느라 한참동안 진땀을 빼고 계신 할아버지가 계셨다. 나는 얼른 개를 번쩍 안고 들어왔고,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는 듯 얼굴이 밝아지셨다.

 “선상! 이 놈 좀 고쳐 주어야겠소. 이 놈이 우리 막낸데, 순돌이라고. 내 보물이요. 선상만 믿고 왔으니 꼭 고쳐 내야 하오!.”

할아버지는 연신 선상, 선상 하면서도 못 낳으면 당신 책임이니 꼭 낳게 해야 한다며 은근히 압력을 넣는 말투였다. 순돌이는 한 눈에 봐도 눈자위가 붉었다. 눈꼽이 많이 낀 상태였고 출혈이 심한 것이 ‘결막염’ 과 ‘안구 건조증’ 이 겹친 것 같았다. 진작에 병원에 데려오지 왜 이대로 두셨냐고 물었더니 동네 병원에 데려가 봤지만, 전혀 차도가 없더라고 목소리를 높이셨다. 할아버지는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하고 다니시며 다리품도 많이 파신 눈치셨다. 결국, 모 동물병원 원장님의 소개로 안과 기구가 갖추어진 우리 병원으로 오시게 된 것이었다.

순돌이의 치료가 끝나고 약을 처방 해 드리면서 계속 경과를 지켜 봐야 하니 일주일에 두 번은 꼭 오셔야 한다고 했다. 내 소견으로 순돌이의 병이 쉽게 나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말쯤 오시겠다며 댁으로 가신 할아버지는 어쩐 일인지 바로 그 다음날 다시 찾아오셨다.

“선상, 얘가 밤새 끙끙 대는 바람에, 내가 잠을 못 잤소. 혹시 선상이 치료를 제대로 해준 건 아닌가 해서 이렇게 또 왔소.”

 처음 오신 날도 보통 노인이 아니구나 했었지만,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잘 고치지 못했다는 소리로 들리는 게 좀 부아가 치밀었다. 내가 무슨 하루사이에 만병을 고치는 도사라도 된단 말인가! 그러나, 별 수 있으랴. 그 분은 연세 많은 노인이시고 나는 고통스러운 동물을 고쳐 보겠다고 나선 수의사인걸. 마음을 가다듬고, 어제 놓은 주사가 순돌이의 몸 속으로 들어가 병균들과 전쟁을 치르느라 난리가 나서 그런 거라고 말씀 드렸다. 할아버지는 그럼 믿고 가보겠으니 내주에 다시 보자시며 가는 길에 무언가를 꺼내셨다. 그건 바로 꼬깃해진 약봉지에 둘둘 말려 있는 드링크제 한 병이었다.

 할아버지가 내민 드링크 병. 그것은 매우 따뜻했다. 할아버지가 사시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병원이 있는 역삼동까지 차를 타고 두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러니, 집 앞에서 산 드링크가 시원할 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건네주신 드링크를 편하게 마실 수가 없었다. 덩치도 크고, 병이 난 개를 데리고 오시기 까지 받았을 눈총이며, 몇 시간 동안의 고생을 생각하니, 그 약병 하나가 그렇게 특별하게 생각되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는 매주 두 번씩 거르지 않고 오셨고, 그 때마다 드링크제를 쥐어 주고 가셨다. 무뚝뚝하고 딱딱한 말투는 여전하셨지만, 어느새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른 뒤, 치료를 계속 했지만 순돌이의 눈은 녹내장만 완화 되었을 뿐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안구 적출수술’을 해야 겠다고 말씀 드렸다.

 “안… 구… 뭐라고? 선상, 쉬운 말로 해야 알아듣지. 그것만 하면 우리 순돌이가 다 나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해야지 하고말고. 그런데, 어떻게 하는 건데?”

 “할아버지 그게요. 안 좋은 한쪽 눈을 빼내는 수술인데요.”

 “뭐라고? 어떻게 그런걸… 말도 안 되는 소리여. 에이 몹쓸 사람 같으니…”

예상은 했었지만 할아버지의 격노는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등을 돌리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다시 말문을 여셨다.

 “선상님. 내 6.25때 월남해서 하나뿐인 아들 장가보내고 느즈막에 자식처럼 의지하고 사는 놈이 바로 이 놈이요. 내 목숨 같은 놈인데, 이 놈이 외눈박이로 사는 꼴을 어떻게 본 단 말이요? 갈 날이 멀지 않은 이 늙은이를 봐서라도 한 번만 부탁합시다. 제발… 제발… 그 눈을 빼는 일만은 말아주소.”

 조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식 같은 나에게 애원하듯 말씀 하셨다. 순돌이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좋으니 더도 말고 지금 같기만 하면 된다고. 그 애절한 눈빛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나는 수술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순돌이는 만성적인 각막 결막 건조증세를 보여 수술을 해도 완치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 였지만, 사실 그러는 것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할아버지께 안약과 항생제를 투여하는 법을 알려드렸다.

 할아버지에게 순돌이는 기이한 개였다. 아들이 출가한 뒤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던 할아버지는 적적함에 길가에 쭈구리고 있는 개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녀석이 어찌나 잘 따르던지 집 밖을 돌아다니다가도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대문을 밀고 들어와 마루밑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았단다. 자전거를 타고 우유를 돌리는 할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말동무도 되어주고, 배달하는 집을 지나치지 않도록 짖어 주더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속 그 파트라슈처럼…

 그렇게 순돌이는 할아버지에게 둘도 없는 자식이고, 말벗이고, 함께 일하는 동료였던 것이다. 나는 이런 사정을 듣고, 어떻게 하든지 간에 순돌이의 눈을 낫게 하려도 최선을 다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눈물 분비 촉진 안연고’를 얻고자 미국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 어렵게 가져와서 순돌이에게 발라 주었다. 그런 정성 속에서 순돌이는 점차 회복되었다. 더 이상 눈꼽이 끼지 않았고 각막도 건조해 지지 않았다. 시력을 완전히 회복할 수는 없었지만, 전보다 훨씬 나은 상태였다.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병원에 오시던 날, 드링크제 한 박스를 놓고 가셨다. 한참 동안 내 손을 꼭 쥐시고, 연신 고맙다면서…

 지금도 가끔 할아버지 뒤를 따라가는 개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순돌이가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할아버지의 정성과 사랑이 하늘을 감복 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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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퍼피님의 댓글

퍼피 아이피 61.♡.33.17 작성일

참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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